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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록
미술사에는 다양한 고통의 장면들이 기록되어 있다. 대표적으로는 유럽의 종교사와 사회사 그리고 경제사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흑사병을 예로 들 수 있다. 그리고 흑사병을 다룬 작품들에 나타난 인간의 의지와 행동은 미학적 평가 이전에 주체와 타자의 관계 맺기에 있어서 특별히 중요한 의미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. 여기서 고통의 이미지는 신체적 고통은 물론, 종교적 고통, 도덕적 고통, 사회적 고통 등과 같은 다양한 의미 영역 안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. 유한한 인간에게 고통이라는 주제는 본질적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그 특유의 모호성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. 그러나 그 안에는 생물학적 합목정성 외에도 사회적, 문화적, 철학적 기능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고통은 진지한 사유의 대상이 된다. 이와 관련하여 가다머는 우리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, 그 고통의 과정을 수용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. 그에게 고통은 실존의 깨임 즉, 우리가 ‘무엇인지’를 자각할 수 있게 하는 체험이며, 삶의 고유한 차원도 고통 속에서 예감할 수 있는 것이다. 가다머는 실존적으로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은 고통받는 타자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. 한편 레비나스는 우리는 타자의 고통에 관여함으로써, 그 고통의 호소에 귀 기울임으로써 건강한 이성을 지닌 윤리적 주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며 가다머의 ‘고통론’과 그 철학적 맥락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. 이러한 레비나스의 입장은 고통의 철학적 의미 안에서 ‘실존의 깨임’을 제안하는 가다머와 마찬가지로 형이상학은 오히려 윤리학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사유의 전복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.
키워드
- 제목
- 미술사에 나타난 흑사병과 ‘윤리적 주체’ - E. 레비나스와 H.-G. 가다머의 ‘고통론’을 중심으로-
- 제목 (타언어)
- Black Death in Art History and ‘an Ethical Subject’ -Centered on “Discourse on Pain” by E. Levinas and H.-G. Gadamer
- 저자
- 이재걸
- 발행일
- 2021
- 저널명
- 예술과 미디어
- 권
- 20
- 호
- 2
- 페이지
- 55 ~ 74